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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Smart Farm
작성일2017-12-26 18:17:00
제목ICT 만나 더 똑똑해진 농업, 제주 스마트팜 센터 가보니

이보시오, 이 사람이 농사 잘합니까? 저 사람이 잘합니까? ICT가 참말로 잘합디다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으로 농업이 지능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농업 인구 감소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전체 농업인의 1.1%(1만1000명)에 불과하다. 지금 추세라면 2025년에는 3700명으로 줄어든다. 조만간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노지(露地)에서 작물을 생산하는 기존 농업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ICT로 무장한 스마트팜은 위기에 직면한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전화위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식량 수요 증가, 농업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방안으로 스마트팜이 주목받는다. 농업에 첨단 정보기술을 결합한 ‘어그테크(AgTech)’ 분야 벤처투자는 2014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스마트팜의 시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의 제주스마트파머스를 지난 14일 찾았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제주 스마트팜 인큐베이팅센터’이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만 하는 농장이 아니라 스마트팜을 새롭게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체험 장소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5일 문을 열어 개소한 지는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이 나 견학 신청이 많이 들어온다. 이미 제주대 농대생과 제주도청 등을 상대로 몇 차례 교육을 했고 경기도농업기술원, 천안시청 직원들도 이곳을 견학했다. 

제주 스마트파머스 관계자가 지난 14일 버섯 재배 온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 점검하며 천장에 설치된 가습기에서 초미세 물방울을 뿜어줘 온실이 건조해지는 걸 막고 있다.

제주 스마트파머스 관계자가 지난 14일 버섯 재배 온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 점검하며 천장에 설치된 가습기에서 초미세 물방울을 뿜어줘 온실이 건조해지는 걸 막고 있다.

■ 사물인터넷으로 최상의 농산물을 

하우스 앞에는 잔디밭이 있고 그 옆에는 소나무 정원수들이 심어져 있다.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온실 안에는 냉난방기, 배기·흡기, 가습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온실의 실내온도는 15도, 습도는 85%,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에 맞춰져 있었다. 온실 문을 열자 이 수치들이 모두 떨어져 설정값으로 돌아가기 위해 환경제어 시설이 바삐 돌아갔다. 이산화탄소 측정기 4개 등 온실 곳곳에 센서들이 설치돼 환경 변화를 감지한다. 

온실은 뿌연 안개에 싸인 듯했다. 천장에 있는 초음파 가습기에서 초미세 물방울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모두 7단으로 쌓인 배지(培地)에는 작은 버섯 송이들이 몽글몽글 올라와 있었다. 전날 한 차례 수확을 한 뒤라 많이 달려 있지는 않았다. 표고버섯은 포자에 영양성분이 많아 갓이 피지 않은 버섯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버섯은 성장속도가 빨라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이미 다 자라서 갓이 펴버린다. 퇴근 전에 따고 가도 다음날 아침에 오면 피는 경우가 많다. 김남훈 제주스마트파머스 사장(45)은 “온도를 12~13도로 맞추면 버섯의 성장속도를 멈출 수 있다”며 “온도와 습도를 조정해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제주 스마트팜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생산시설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각종 설비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제주 스마트팜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생산시설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각종 설비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일반 농가가 수확 시기에 맞춰 일시적으로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면 스마트팜은 연중 균일한 생산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비닐하우스로는 한여름에 버섯 농사를 할 수 없지만 이곳은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1년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납품하는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 된다. 김 사장은 이를 ‘삼안(三安) 시스템’의 하나라고 불렀다. 삼안은 “안전하게 오염 없이 생산하고, 생산량이 안정적이며, 소비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KT 융합기술원이 개발한 스마트팜 솔루션이 적용됐다. 농가 시설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각 설비를 조정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점은 머신 러닝 기반으로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스마트팜은 표고버섯으로 연중 10~12모작도 가능해 데이터가 그만큼 빠르게 쌓인다. 김 사장은 “스마트팜의 힘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생산량과 품질이 변화하는 조건들을 비교해 계속 최적의 조건을 찾아가다보면 아무래도 품질이 좋아지고 생산량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스마트팜을 도입한 전남 담양 멜론 농가의 경우 상품(上品)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12.7% 증가했고 무게 역시 4~7% 늘어났다. 여러 스마트팜을 연결한 ‘스마트팜 통합 관제센터’가 본격화하면 다른 우수 농가와 재배법 차이를 분석해 스스로 더 나은 재배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 초보 농부도 풍년을 

농업의 미래가 청년에게 달렸지만 경험 부족은 농업을 업으로 택한 청년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스스로 최적의 재배 조건을 만들어주는 스마트팜은 경험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제주스마트파머스 구성원 9명 중 농업인은 대표이사인 고승국씨(51) 한 명에 불과하다. 제주대에서 식물자원환경을 전공한 청년 농부 4명이 일하고 있지만 이들도 버섯을 재배한 적은 없다. 지난 한 달간 약 3t의 표고버섯을 수확했는데 모두가 초보자인 상황에서 첫 생산에 이 정도를 만들어낸 것은 스마트팜의 힘이라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제주스마트파머스 청년 초보 농부들이 지난 14일 ‘제주 스마트팜 인큐베이팅센터’ 표지판 앞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스마트파머스 청년 초보 농부들이 지난 14일 ‘제주 스마트팜 인큐베이팅센터’ 표지판 앞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생산 시설은 7개 동이지만 가동 중인 동은 5개다. 김 사장은 “아직 우리가 초보자라 한 번에 모두 가동하면 생산되는 버섯을 다 수확하기 어렵다”며 “현재는 5개 동에 각각 다른 온도 값을 줘 어떤 조건에서 잘 자랄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표고버섯 재배에 익숙하지 않아 이날은 표고 종자 사업을 하는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들었다. 농가에선 참나무를 대신해 톱밥을 뭉쳐 만든 배지에 표고버섯의 싹을 틔우는데 청년 농부들은 배지 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배지 관리가 안되면 배지가 푸른곰팡이에 오염되거나 썩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다산 정약용의 농업 사상인 삼농(三農)도 실현할 수 있다. 삼농의 첫 번째는 후농(厚農)으로 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편농(便農).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가 상농(上農)이다.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고 대표가 짓던 메밀밭을 갈아엎고 스마트팜으로 전환한 이유도 삼농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메밀 농사를 한 해에 3만평을 지었을 때 내게 떨어지는 것은 고작 3000만원입니다. 게다가 1년에 2모작밖에 안되죠. 힘든 건 상상을 초월합니다.” 1년에 메밀 농사를 50평에서 해봐야 두 가마 반을 수확해 100만원 정도 받는데 스마트팜 표고버섯은 같은 면적에서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실내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환경이 비교할 수 없이 좋다. 고 대표는 “농사는 하느님과 ‘반(半)병작’한다는 말이 있다”며 “하늘이 주는 대로 먹자는 것인데 스마트팜은 이런 자연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 스마트팜에도 ‘농부의 혼’이 필요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흔히 모든 작업을 자동화한 것으로 많이 오해한다. 앞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환상’에 가깝다는 게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 농부들의 설명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김다은씨(24)는 “스마트팜이라고 해서 손이 많이 안 갈 줄 알았는데 버섯이 의외로 손이 많이 가고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작물”이라고 말했다. 고은아씨(23·제주대4)는 매일 솎기하고 수확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솎기는 한데 뭉쳐 자라는 버섯들에서 자잘한 버섯을 따내는 작업이다. 사람이 한 번 더 가고 관심을 줄 때마다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김 사장은 “스마트팜 강국인 네덜란드를 찾았을 때도 수확과 솎기는 어쩔 수 없이 사람 손을 거쳐야 했다”며 “스마트팜도 농업이기 때문에 사람 정성과 손길이 닿아야만 제대로 된 품질의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 청년 농부는 창업을 아직 미래의 일로 미뤄두고 있었다. 작물 재배와 스마트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다은씨는 “생산만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마케팅과 체험·견학 등 관광상품화에도 관심이 많아 이쪽으로 더 배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표고버섯만 생산하지만 향후에는 수경 인삼과 딸기, 토마토로 작물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 표고처럼 가격이 안정돼 있고 소비와 유통이 잘되는 것들이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강형화씨(23)는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를 요리에 접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게 될 레스토랑은 스마트팜 입구 쪽에 있는데 이달 개장을 목표로 막바지 단장 중이었다. 이곳에서 생산한 표고버섯과 제주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판매한다. 

내년 졸업을 앞둔 김용진씨(25)는 ‘스마트팜 전도사’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팜이 도입은 됐지만 전문화는 되지 않았다고 봤다. 스마트팜을 다른 작물로 확장하는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나중에는 스마트팜을 이용하려는 농민들을 교육하는 일도 하고 싶다”며 “최종적으로는 한류를 수출하듯이 우리만의 스마트팜 기술을 수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져 내년에는 제주대 농대 학생들이 이곳에 와 실습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스마트팜 교과과정’도 생긴다. 김다은씨는 “졸업하고 나서도 농업으로 전공을 살리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며 “아직 스마트팜에 대해 모르는 친구들도 많고 농업에 대한 인식이 낙후돼 우리가 이곳에 먼저 발을 들여 새로운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흔히 스마트팜을 6차산업 혹은 10차산업으로 부른다. 1차 생산에, 2차 가공, 3차 서비스까지 융합(곱)하고, 거기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더한 것이다.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은 “아버지 세대의 농업이 생산에만 초점을 뒀다면 스마트팜은 생산에 가공·판매, 체험·교육, 관광 등 서비스 산업까지 결합해 부가가치를 증대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를 접목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농업의 10차산업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주영재 기자, 경향비즈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12260600025#csidx3189fbf3a51bdd2ae42d697451c83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