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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Energy
작성일2017-10-31 10:39:00
제목냉난방비 0원 “슈퍼그뤠잇”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 가 보니

이지하우스 전경. [최정동 기자]

이지하우스 전경. [최정동 기자]


갑옷처럼 건물 외벽과 옥상 곳곳에 태양광 패널을 두르고 있는 집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에너지제로주택 이지하우스(EZ House)는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121가구가 들어설 총 8개동의 건물 벽면에는 가로 1m, 세로 1.6m크기의 1214개의 태양광 패널이 촘촘히 붙어 있었다.
 
입주 앞둔 노원구 이지하우스 가보니

태양광패널 등 자체 생산시설 갖춰
단지 내 5대 에너지 소비 충족 가능
민간 고층 아파트 적용 ‘숙제’
건축비 절감, 자재 국산화 이뤄야


이지하우스는 건설 단계부터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 전국 최초의 공동주택단지다. 노원구가 하계동 1만7652㎡의 터를 댔고, 국토교통부·서울시·노원구·명지대가 힘을 모아 총 442억원의 사업비를 공동투자했다. 4대 1에 달하는 이지하우스의 입주 경쟁의 당첨자는 26일에 가려졌고 대부분이 무주택 신혼부부다. 입주는 다음달 20일에 시작된다.
 
태양광 패널은 연간 400㎿h의 전력을 생산한다. 단지 전체의 연간 5대 에너지(난방·냉방·급탕·조명·환기) 소비량(330㎿h)을 공급하고도 남는다. 노원구는 맞벌이 신혼부부가 많아 출근 뒤에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역송전해 다른 곳에 파는 전력거래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서 생기는 이윤은 입주민 전기료를 낮추는 데 쓰인다.  



실외에 설치된 블라인드. 햇빛이 창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다. [최정동 기자]

실외에 설치된 블라인드. 햇빛이 창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다. [최정동 기자]


25일 집주인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 보니 남향으로 난 전면 통유리창에서 햇빛이 쏟아졌다. 59㎡의 복층 집 구석구석이 훈기로 가득 차 있었다. 통유리창은 시원한 개방감을 주지만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지하우스에는 이런 단점을 극복할 비책이 숨겨져 있다.
 
거실 벽면 스위치를 누르자 유리창 밖으로 묵직한 알루미늄 블라인드가 부드럽게 내려왔다. 설계 총괄자인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햇볕이 창문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해서 집안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원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통유리창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24㎜가 아닌 최대 47㎜ 두께의 삼중창을 써 단열 기능을 강화했다.  
 
입주 전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도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7월 한 달 간 하루 24시간 에어컨을 틀어 실내온도를 25℃로 유지한 결과, 233㎾h의 전력(전기료 5만원)이 소요됐다. 같은 크기 일반 주택에서 이 온도를 유지하려면 700㎾h의 전력(전기료 37만4000원)을 사용해야 한다. 에너지는 66%, 전기료는 86%가 절약된다.

 
이지하우스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최정동 기자]

이지하우스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최정동 기자]


태양광 패널 설치로 주거 환경이 쾌적해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이지하우스는 동간 거리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여유롭다. 현행법상 공동주택 건물 간 간격은 건물 높이의 0.8배로 규정돼 있다. 반면 이지하우스의 동간 간격은 건물 높이의 1.2배다. 동간 간격을 충분히 벌려 태양광 패널이 부착된 벽면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지하우스가 원형 그대로 대중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만으로 5대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건물 높이를 7층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 가구 수가 많아지면 전력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아파트 표준 규격은 15층·85㎡·60가구로 이지하우스의 두 배 수준이다. 최근 아파트들이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부분 25층 이상으로 지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층 타워형 아파트들은 구조상 측면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기 어렵고 지붕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어렵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방식은 비싸고 생산 방식이 복잡해 대중화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응신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센터 연구교수는 “이지하우스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서 최고 수준의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했지만 제로에너지빌딩인증 등급 중 가장 낮은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을 목표로 한다면 민간 고층 아파트라도 태양광과 지열을 통해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싼 건축비도 장애물이다. 제로에너지주택 프로젝트의 예산은 총 442억원이다. 설계·연구개발·전시 등에 들어간 예산을 제외하고 단지를 짓는 데 소요된 비용만 308억이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건설비용보다 30%정도 비싸다. 명지대 이 교수는 “앞으로 기술 개발과 자재 국산화 등을 통해 초과비용을 계속 낮춰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처: 홍지유 기자, 중앙일보
http://mnews.joins.com/article/22055252#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