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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Social affairs
작성일2017-11-07 16:08:25
제목30대 빚내서 집 사느라 허덕인다

ㆍ상반기 가계대출 증가분의 61%나 차지… 평균 대출액도 5년 전보다 2400만원 늘어

결혼 7년차 직장인 이모씨(34)는 최근 서울 강동구에 아파트를 구입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명의는 내 집이지만 ‘온전한’ 내 집은 아니다. 환갑이 될 때까지 은행 대출금을 갚을 생각을 하면 까마득해진다. 무리하면서까지 집을 산 이유는 있다. 전세금 3억원에 첫 신혼집을 구할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첫 재계약 시점이 되자 집주인은 월세 전환을 요구했다. 무섭게 뛰는 임대료에 밀려 결혼 이후 두 차례나 이사를 했지만, 현재는 다달이 80만원을 내는 보증부 월세를 산다. 부모님의 신혼 시절은 이렇지 않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서른 살이었던 1981년 결혼과 함께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때는 외벌이로도 돈을 어느 정도 모으면 빚 없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했지만, 맞벌이에 대기업에 다니는 이씨 부부에게도 대출 없이 집 사기란 불가능의 영역이다.

이씨처럼 치솟는 전·월셋값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 마련에 나선 30대가 가계대출 급증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차주 연령별 가계대출 증감 현황’ 자료를 보면, 30대 이하(40세 미만)가 보유한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28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 증가분의 젊은층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30대 이하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체 증가액(46조8000억원)의 61.1%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증가액(140조6000억원) 가운데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51.8%(72조9000억원)로 절반을 조금 웃돌았는데, 올해 쏠림이 더 심화된 것이다. 반면 고연령으로 갈수록 가계빚 증가세는 완화되는 추이를 보였다. 40대는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15조8000억원이었고, 50대는 40대의 절반 이하인 6조4000억원이었다. 60세 이상의 경우는 오히려 가계부채가 4조원 가까이 줄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가계빚, ‘젊은층 쏠림’ 심화 

30대의 가계빚 증가세는 최근 5년간 대출자의 평균 부채금액 추이를 따져봐도 눈에 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0대 대출자의 평균 부채금액은 7398만원으로 5년 전인 2012년(4967만원)에 비해 2431만원 늘어났다. 1인당 평균 부채금액으로 따지면 50대가 9195만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최근 5년간 증가율로 보면 30대가 48.9%로 급격하게 빚이 늘었다. 이는 전체 대출자의 최근 5년간 평균 부채금액 증가율(33.1%)보다도 가파르다. 

 젊은층의 가계빚 증가 원인은 역시 주택이다. 서울시의 ‘2017년 서울 서베이 조사’ 결과, 부채가 있는 30대의 10명 중 8명(81.8%)이 주택 구매·임차를 위해 빚을 졌다고 답했다. 2010년 조사(62.7%) 때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최근 몇 년 새 전셋값이 급격하게 뛰며 내 집을 마련한 자가주택 거주 30대는 지난해 24.8%로 전년(12.0%)보다 2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역시 세대 내 양극화가 뚜렷하다. 한쪽에서는 저금리를 틈타 과감히 빚을 내 집을 산 반면, 여전히 서울 거주 30대의 10명 중 4명(45.6%)이 월세주택에 살고 있었다. 2005년 조사 당시 19.4%였던 데 비해 약 10년 사이에 2.4배 월세 비중이 뛴 것이다. 

부동산 첫 구입 연령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이슈 분석 보고서’를 보면, 1990년대 이전엔 평균 만 29.2세에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2010~2016년) 구입 시기가 만 34.8세로 늦어졌다. 주된 이유는 역시 집값이 올라서다. 1980년대에는 평균 부동산 구입 금액이 5275만원이었지만, 지금은 1억7117만원으로 뛰었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떠돌거나, 빚 내거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빚을 지지 않고 자력으로 첫 부동산을 구입하는 비율은 점점 떨어졌다. 1980년대엔 첫 부동산 구입 금액의 31.8%만 대출로 충당했던 반면, 2000년대부터는 대출 비중이 40%를 넘었고, 최근엔 집값의 절반(49.3%) 가까이를 빚을 내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이씨의 사례처럼 “부엌만 내 집이고 나머지는 은행 집”이라는 식의 ‘하우스푸어’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고령층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불안하고, 집이 없는 젊은층은 치솟는 집값에 불안하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서울시의 주택문제와 부담가능한 임대주택 정책제언’ 보고서에서 “자가거주율이 높은 중고령층은 노후에 주택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싶어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반면, 주택 임차 비중이 높은 청년층은 과거의 청년층보다 더욱 심각한 임대료 및 주거비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5세 이상 중고령층은 자가거주율 61%에 부동산자산이 총자산의 77% 정도로 높은 반면, 34세 이하 가운데 주택 임차 비중은 86%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런 세대별 주택 구입 능력에 대해 국내 한 건설사가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했다. 대우건설이 건국대 산학연구팀과 함께 2010~2015년 사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한 푸르지오아파트 29개 단지(2만6329가구)를 대상으로 최초 계약자 연령을 분석한 결과, 과거와 달리 소형·초소형 아파트 거래를 주도한 세대는 50대 이상 베이비부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40~50m² 소형 아파트의 67%를 ‘50세 이상’이 계약했고, 30대 계약자 비중은 7.6%에 그쳤다. 2004년 진행했던 같은 조사에서는 소형 아파트의 절반(49%) 가까이를 25~35세 젊은층이 계약했고, 당시 55세 이상 비중은 9% 수준이었다. 소형 아파트는 신혼부부 등 30대 젊은층이 주로 분양받는다는 통념이 깨진 셈이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자금력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월세 수입을 얻기 위한 임대사업이나 자녀 증여 등의 목적으로 소형 주택 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청년층과 중고령층의 주거 욕구를 반영해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주택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 중고령층이 보유한 민간임대주택을 활용해 세대통합적 주택정책을 도모해야 한다”며 “다주택자의 주택 일부를 공공기관이나 민간 비영리조직이 서브리스(sub-lease) 방식으로 확보해 청년 및 자녀양육 가구에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는 방식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대인에게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임대조건에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임대인-임차인 간 혜택과 부담의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선명수 기자, 주간경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710311759291#csidx1ef86838845a9fe8ebb14fc9042e5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