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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11-15 10:48:08
제목사치와 가치의 충돌

사치와 가치의 충돌


경기일보, 2016년 11월 13일

상당한 규모의 기업을 일군 한 여성기업인이 최고급 호텔 헬스클럽에 다니면서도 다른 회원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로 무관심한 듯해 어울리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구민회관 수영교실에 나가게 되면서,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매일 아침 수영교실에 나와 서로 먹을 것을 나누고, 수다를 떨고 행복한 표정으로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 것이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일에만 몰두해 온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치’의 사전적 의미는 ‘필요 이상의 돈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재산이 있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에 보탬이 되지 않은 소비는 ‘사치’다. 즉 사치는 남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류는 산업화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해 왔다. 주변에 들어선 수많은 고층건물들, 도로들, 고속철 등 넘치는 물건들과 먹을거리, 이런 것들이 다 인류발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언제부턴가 가치가 아니고 사치로 전락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이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치를 조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사치에 투자하고 있다. 

분수라는 것은, 스스로가 가치로 인정할 만큼의 행위를 뜻한다.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의미있는 삶을 위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가? 매사를 ‘사치’와 ‘가치’로 구분하고 ‘사치’를 배제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사치는 남에게 부러움을 줄 수는 있어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지는 못한다. 이제 사치를 조장하는 사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새로운 미래를 위한 진정한 가치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주도하고 있는 internet.org는 전 세계에 아직 연결되지 않은 인류를 인터넷에 연결해 그들에게 문명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되면 2조달러 이상의 경제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고, 1억6천만 명이 극빈층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1억4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결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다른 경제가 창조될 것이다. 

미니멀리즘, 공유경제, 검약적 혁신(frugal innovation) 등이 확산되는 것도 바로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다. 모든 인류가 새로운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 지속 가능한 인류 미래를 위한 특이점에 대한 도전 같은 일이 바로 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류의 도전과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인도에서 팔리고 있다는 5백만 원짜리 자동차, 5만 원짜리 스마트폰, 더러운 물 때문에 죽어가는 인류를 위한 새로운 식수공급방안, 발전소가 필요없는 신재생에너지,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시스템, 원격 의료시스템 등 진정한 인류가치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그 시장을 계속 넓혀나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성장 산업일지 모른다. 급격히 꺼져가는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해결책이 ‘사치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로의 전환’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