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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09-09 12:01:41
제목[전하진 칼럼] 부모세대의 절규

[아침을 열면서] 부모세대의 절규

 

경기일보, 201695

 


어렵사리 대기업에 취업한 아들을 둔 아버지는 자식 농사 잘했다는 만족감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이런 부모는 자식이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말 중에 슬쩍 끼워넣어 자랑을 하고 만다.

 

그것이 부모 된 심정이리라. 그러다 보니 우리 부모들은 경쟁하듯 그렇게 자식들에게 거의 올인하고 살아왔다. 아이들 때문이라면 비싼 학원비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 삶을 즐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가족과 사회를 위해 생을 바친 우리 부모들에게 세상은 또다시 엄청난 도전을 강요하고 있다. 우선 미처 준비하지 않은 삶을 더 살아야 한다.

 

과거라면 환갑잔치하고 예쁜 손주들 좀 보다가 하늘로 가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이제 얼마나 더 살아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그냥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삶의 절벽에 매달려 기나긴 생명을 어렵게 유지하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 그나마도 자식세대와 소통이라도 되고 부모로서 또한 그들의 선배로서 위엄을 가지고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경험했던 그 모든 것들이 대부분 비상식이 되어가는 또 다른 고통을 겪어내야 한다. 필자의 친구는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이 그 기업이 비전이 없다며 사표를 쓰겠다고 해서 괴로워한다. 야구방망이로 패주고 싶다고도 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연거푸 술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 아들이 맞다. 지금의 질서가 머지않아 흐트러지고 망가지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텐데 가라앉는 배를 타고 있느니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그 아들은 요즘 보기 드문 아주 스마트한 친구였다.

 

이런 일이 어디 그 집뿐이겠는가. 아마도 많은 가정에서 아니 이 사회통념도 다가오는 뉴노멀(New Normal)을 이해하지 못하고 난제를 풀어가려 한다. 이제 머지않아 기존 산업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허무하게 목격하게 될 것이다. 산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내년에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하는 모양이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다. 또한 테슬라는 자사의 슈퍼차저스테이션에서의 충전을 평생 무료로 제공한다. 기름 값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세먼지도 안 뿜어낸다. 맥캔지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이면 신차의 약 60%가 전기차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60% 자동차는 엔진이 없다는 의미이고 트랜스미션이나 배기계통의 장치도 필요 없게 된다.

 

당연히 휘발유 수요는 급감할 것이고 주유소는 문을 닫게 된다. 또한 엔진관련 부품산업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우리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이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오래전 우마차 시절에 자동차가 등장하자 우마차협회에서 격렬히 저항했던 것보다 훨씬 큰 강도의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인도 공무원도 우리 모두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침몰하는 배에 일등석을 차지하겠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